末路 1. "아우님이 계신가, 원." 봉림(鳳琳)은 문간에서 부터 인기척을 내고 들어온다. "언니, 이게 웬 일이요?" 봄날의 따듯한 볕을 받고 앉아서 바느질을 하던 순영은 반 색을 하여 일어나 맞는다. "언제든지 바느질이야. 바느질 나자 아우님 났군." "그럼 어떻게 하우? 굶어죽을 수는 없구." 순영은 웃는 입으로 한숨을 짓는다. "늘 와서 놀다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있지마는 무얼 하는 지 나올 사이는 없구면, 먹구 사는 게 다 무엇인지. " "에구, 그렇지요. 나는 혼자 살림이라도 나갈 틈이 없는데 언니야 그렇고, 어서 앉으세요." 순영은 손으로 마룻바닥을 쓸더니, "방으로 들어갈까?" 하고 봉림을 쳐다본다. "방에는 무얼, 예가 따듯하고 좋지." 봉림은 치맛자락을 덕어치고 앉으려고 한다. "날이 ..